
오늘은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건만.
일요일이기도 했다.
발렌타이 데이기도 했군.
어찌됐건 많은 사람들에게 범상치 않은 날이었을 테지만,
나는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보냈다.
늦게 일어나지도 않았는데(난 거의 늦잠을 자지 않는다)
교회를 가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빠의 부재로 아침 일찍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서울로 나가지 않았으므로,
텅 빈 집에서
나름 비축해 놓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아침을 먹으며
쌓아놓은 책들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 Kings of convenience 음반도 스피커로 빵빵하게 들었다. 뭐, 빵빵하게 틀어봤자 잔잔한 노래지만...
방학때 읽으려고 여기저기서 가져 온 책들도 이제 다 읽었다.
마지막 남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아. 그 전에 촛불을 켜고 한참동안 보고 있다가, 저널을 쓰고.
역시...삶이란 아름다워. 라는 말로 끝맺고,
촛불심이 너무 길어서 자꾸 촛농에 파묻혀 꺼지는 것을 몇번이나 성냥불로 살려내고.
그리고 나선 책장을 폈다.
1시 반까지 교회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2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책을 보고 있다가 늦어버렸다.
아침에는 집중력이 매우 높아서, 그 어느것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나는,
책을 계속 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렇게 혼자 집에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오늘은 설날이니, 교회에 꾸역꾸역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이었다.
중간에 TV도 보고. 히히덕거리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그 중간에 떡볶이로 점심을 먹고, 땅콩도 까먹고. 요구르트도 먹고. 저녁으로 또 다시 나머지 떡볶이도 다 먹었다.
수에게 하루키의 까마귀 소년이 된 기분이라 좋다고 했던 것도 같고..
어쨌든 좋았다.
책은 다 읽었다. 마지막 부분이 엉성한 스토리였지만, 꽤 만족했다. 물론,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이다.
인터넷 접속하기가 부담이 되었다.
1, 2월 거의 두 달 내내 교회 잡지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글을 주고 받고, 잡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대고..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쓸 게 많다.
지금도 메일 확인을 해보니 또 교회 잡지 얘기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뭐, 몰랐던 건 아니지만, 새삼스레 확인하고 있다.
결국 코어멤버의 책임감에 달려 있게 되어있다. 무슨 일이든.. 그러나 여기선 나 혼자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약하거나 그릇이 작은 사람은 아니다. 뭐든, 사실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뭐든 잘 해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 각인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다. 차라리 못하는 척 하는 것이 낫다.
나는 끝까지 책임완수랄까. 그런 것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살고 싶지 않다. 어떤 것이든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임과 역할, 의무 따위는 나의 존재감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 마음대로 한다.
여튼 다음호부터는 좀 살살 해야지..
분량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무리하지 않을것이다.
다시금 어디로 떠나고 싶어졌다.
대학원에 다니게 되는 이 시점에, 나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지금도 매우 만족스럽고 좋다.
이제 영화 한 편을 볼 예정이다.
오늘도 별다른 말 없이 잘 지냈다.
그야말로,
별일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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